마약을 끊고 금단증상에 시달리던 한 환자는, 체육 코치의 추천으로 찬물 샤워를 시작했다.
찬물 샤워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는 자살행위라는 생각이 들 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일단 몸이 찬물에 적응하고 난 후엔 마약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졌다고 한다.
찬물 목욕은 왜 짜릿할까?
프라하의 카렐대학교 과학자들은 10명의 남자 지원자가 한 시간 동안 찬물 속에 잠겨 있는 실험을 진행해 <유럽 응용 생리학 저널>에 게재했다. 실험에 사용된 물의 온도는 섭씨 14도였다. 연구자들이 혈액 샘플을 살펴본 결과, 찬물 입욕은 혈장의 도파민 농도를 240퍼센트, 혈장의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530퍼센트 증가시켰다.
도파민은 찬물 목욕 중에 꾸준히 증가했고, 목욕을 끝낸 후에도 한 시간 동안 증가 상태를 유지했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처음 30분동안 가파르게 증가한 다음 나머지 30분 동안 정체 상태를 유지했는데, 목욕이 끝난 한 시간 동안 약 3분의 1로 줄었지만 두시간이 지나서도 기준치를 넘어선 상태를 유지했다. 도파민과 노르에피네린의 수치는 고통 자극 자체를 잊어먹을 만큼 잘 유지되었다.
찬물 입욕이 인간과 동물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다음 연구들에서도 모노아민 신경전달물질의 증가를 확인할 수 있다. 모노아민 역시 쾌락, 동기 부여, 기분, 식욕, 수면, 각성 정도 등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극한 추위는 신경전달물질의 범위를 넘어 뉴런의 성장까지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뉴런이 제한된 상황에만 반응해 미세조직을 바꾼다고 알려진 만큼, 이는 정말 주목할 만한 발견이다.
크리스티나 G, 폰데어오헤와 그녀의 동료들은 동면하는 들다람쥐의 뇌를 연구했다. 동면 기간에 들다람쥐의 심부와 뇌의 온도는 섭씨 0.5~3도까지 떨어진다. 이 때 쥐의 뉴런은 가지가 거의 없고 잎도 훨씬 더 적은 가늘고 긴 나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몸이 따뜻해지면, 뉴런은 봄이 한창일 떄의 낙엽수림 형태로 아주 빠르게 재생한다.
얼음물 입욕 사례는 저울에 고통 쪽을 누르는 게 어떻게 반대쪽의 결과를 이끌어내는지를 보여준다. 쾌락 쪽을 누르는 것과는 다르게, 고통이 야기한 도파민은 간접적이고 어쩌면 더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고통은 몸 자체의 조절 항상성 매커니즘을 건드려 쾌락을 이끌어낸다.
우리가 느끼는 쾌락은 (우리가 느끼는 쾌락에 대한 고통이 그렇듯) 고통에 대한 자연스럽고 반사적인 생리반응이다.
고통에 간헐적으로 노출되면 본연의 쾌락 설정값은 쾌락 쪽에 무게가 더 실린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시간이 갈수록 고통에 덜 취약해지고, 쾌락은 더 잘 느낄 수 있게 된다.
정리하자면,
술,마약,담배,SNS,게임 등에 도피하는 것은 쾌락-고통 저울 반응에 의해 종국에는 쾌락엔 무감각해지고 고통에 예민해지게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얼음물 샤워, 달리기 등의 고통을 자극하는 행위는 도리어 쾌락-고통 저울 반응에 의해 쾌락에 예민하고 고통에 무뎌지게 만든다.
고통을 피해 끝없이 도피했던 것들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고통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것이고, 고통스러워서 피해왔던 것들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고통에 예민해지고, 쉽게 주저앉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면 반드시 쾌락이 따르고 쾌락엔 반드시 고통이란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이 간단한 사실만 유념해도 고통을 직면하는 용기가 조금은 더 생기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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