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우린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그간 비참함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현실을 외면하기 위해 도피한 술, 담배, 유튜브, SNS를 비롯한 도파민 탐닉과 중독이 우리를 어떤 수렁으로 밀어넣었는지.
그럼에도 우린 여전히 일시적 쾌락이 가져오는 무시무시한 고통의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과도한 도파민에 대한 탐닉이 왜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도파민네이션'과 함께 뇌과학의 측면에서 고찰해보고자 한다. 도파민으로 인한 쾌락과 고통의 상관 관계를 도파민네이션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쾌락과 고통은 쌍둥이다'
신경과학자들은 도파민의 발견과 더불어, 쾌락과 고통이 뇌의 같은 영역에서 처리되며 대립의 메커니즘을 통해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쉽게 말해 쾌락과 고통은 저울의 서로 맞은편에 놓인 추처럼 작동한다.
뇌에 저울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쾌락을 경험하면 도파민이 우리 보상 경로에 분비되고 저울은 쾌락 쪽으로 기울어진다.
우리의 저울이 더 많이, 더 빨리 기울어질수록, 우리는 더 많이 쾌락을 느낀다.
하지만 저울에 관한 중요한 속성이 하나 있다. 저울은 수평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저울이 쾌락으로 기울어질 때마다, 수평 상태로 되돌리려는 강력한 자기 조정 매커니즘이 작동한다. 쾌락 쪽으로 기울었던 저울은 반작용으로 수평이 되고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쾌락으로 얻은 만큼 무게가 반대쪽으로 실려 저울이 고통쪽으로 기울어지게 된다.
1970년대 사회과학자 리처드 솔로몬과 존 코빗은 이러한 쾌락과 고통의 상호 관계를 대립 과정 이론이라고 칭했다. 쾌락적 혹은 정서적 중립으로부터 오랫동안 혹은 반복해서 벗어나면 그만큼의 대가를 치른다.
쾌락 이후에 찾아오는 갈망은 누구나 겪는 경험이다. 이 욕구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계속 먹거나 놀거나 읽는 것. 하지만 문제가 있다. 어떤 쾌락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초기의 쾌락 편향은 갈수록 약해지고 짧아진다. 반면 이후 반응, 즉 고통 쪽으로 나타나는 반응은 갈수록 강하고 길어진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신경 적응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이전과 같은 쾌락을 얻기 위해 선택한 쾌락보다 더 많은 쾌락을 필요로 하게 된다.
쾌락을 느끼기 위해 중독 대상을 더 필요로 하거나 같은 자극에도 쾌락을 덜 경험하게 되는 것을 내성이라고 한다. 내성은 중독 발생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처음 봤던 그 감흥을 두번째 세번째 감상에서 느끼기 어려운데, 이는 쾌락에 대한 내성 때문이다. 비슷한 느낌과 쾌감을 얻으려면 훨씬 더 자극적이고 강력한 형태의 중독 대상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과도하게 중독 대상에 기대면, 쾌락-고통 저울은 결국 고통 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미국에서 약물 처방히 급격히 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만성 통증을 없애려고 다량의 오피오이드(옥시콘틴, 비코딘, 모르핀, 펜타닐) 등을 오랫동안 써온 환자일수록 병원을 찾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오피오이드에 의존했음에도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들의 뇌가 오피오이드에 과다 노출되면서 쾌락-고통의 저울을 고통 쪽으로 기울여놨기 때문이다.
신경 과학자 노라 볼코프와 그녀의 동료들은 고도의 도파민 물질에 오랫동안 과하게 기댈 경우 뇌가 도파민 부족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밝혔다. 볼코프는 정상적으로 제어되는 뇌에서 도파민이 잘 전달되는지를 다양한 약물에 중독되었다가 약물 상용을 멈춘 지 2주가 지난 사람들의 뇌와 비교해서 살펴보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정상적으로 제어되는 뇌의 사진에서는, 뇌의 보상 및 자극과 관련된 강낭콩 모양 영역에 빨간색으로 밝게 나타났다. 반면 약물 사용을 2주 전부터 멈춘 중독자들의 사진에서는 강낭콩 모양 부분이 빨간색을 거의 혹은 아예 띠지 않았다. 이는 도파민이 거의 혹은 아예 전달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약물 남용자들의 도파민 수용체 감소는 도파민 감소 분비와 더불어 자연 보상자극에 대한 보상 회로의 민감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한 번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아이러니하게 쾌락을 좇을수록 쾌락불감증자가 되는 것이다.
나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로 중학교 때까지만 하더라도, 독서가 인생 최대의 쾌락이자 일탈이었다. 그런데 디지털 도파민에 중독된 이후로 나는 그 어떤 독서행위로도 자극이나 쾌락을 경험할 수가 없게 되었다. 자극 쾌락은 커녕 책의 한페이지조차 넘기기가 어려워졌다.중독 증상을 겪는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자신의 중독 대상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지점에 느꼈던 상실감을 고통스럽게 증언한다. 쾌락의 대상을 탐닉해도 전혀 흥분을 맛보지 못하고 오히려 비참한 기분에 빠진다. 이에 나타나는 보편적 증상으로는 불안감, 과민반응, 불면증, 불쾌감 등이 있다.
고통쪽으로 기울어진 쾌락-고통 저울은 앞서 상당한 절제 기간을 거친 사람들도 다시 중독에 빠지게 만든다. 왜 그럴까? 우리의 저울이 고통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그저 평범한 기분을 느끼려 해도 중독 대상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신경과학자 조지 쿱은 이러한 현상을 "불쾌감에 따른 재발"이라고 표현한다. 중독 대상에 과거와 같이 다시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금단에 따른 신체적, 심리적 고통을 완화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물론 희망적인 소식은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충분히 기다리면, 우리의 뇌는 중독 대상이 없는 상황에 다시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다. 저울이 수평을 이루는 셈이다.뇌의 저울이 수평을 이루면, 우리는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쾌락을 맛볼 수 있다.
요오약
1. 쾌락의 지속적 추구 -> 쾌락만큼의 고통
2. 쾌락 편향은 약하고 짧아지는 반면, 고통 반응은 길어짐
3. 쾌락에 대한 민감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이전과 동일한 쾌락을 위해 더 큰 쾌락을 필요로 하게 됨
4. 내성이 생겨 엥간한 쾌락에는 즐겁지가 않음. 쾌락 불감증자가 됨.
5. 쾌락이 없으니 디폴트가 불행임
6. 적어도 불행을 없애려고 계속 중독 대상을 탐닉함
7. 1번 다시 시작, 악순환의 반복
8. 극복 방법은 기다려서 뇌의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으로 돌리는 방법밖에 없음
9. 다시 사소한 일에서 행복을 얻을 수 있고, 고통이 없는 디폴트 상태를 돌릴 수 있음
그러니깐 오늘 살고 죽을 거 아니면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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