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삼각김밥의 용도 줄거리
세번째 파트는 편의점 오전 알바 오여사의 이야기이다. 오여사에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두 남자가 있는데 한 명은 그녀의 남편, 한 명은 그녀의 아들이다. 그의 남편은 몇십년째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꾸린 가게를 운영하다 돌연 가출을 해버린다. 것도 모자라 공부 잘해 명문대 입학 후 대기업에 들어간 아들도 돌연 퇴사를 하더니, 벌었던 돈을 주식으로 탕진한다. 이후엔 영화를 하겠다며 교육원에 들어간 뒤에 독립영화를 찍더니 그것마저 말아먹고 우울증에 걸려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된다.
이 둘만 해도 그녀 인생은 충분히 곤란했는데 이번엔 현재진행형 문제투성이 인물이 커다란 물음표 대가리 같은 머리를 그녀 인생에 들이밀고 있었다. 그는 바로 독고씨. 그냥 봐도 미련 곰탱이인데 뒤늦게 그가 노숙자였음을 알았을 때 오여사는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년간의 서비스직 경력으로 인간에 대한 편견이 강하게 자리잡은 그녀는, 독고씨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항상 그를 경계하며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교대근무를 하는 날, 자신의 근무 시간이 끝났음에도 편의점에 남아 네시간 넘게 청소를 하고 물건 진열을 하며 손님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독고씨의 모습을 보고 오여사의 마음도 금방 열리게 된다.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사람이 변하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이다.
한 날은 편의점에 중학생쯤 돼보이는 소년이 들어와 삼각김밥 두개를 훔치다 오여사에게 현장 검거를 당한다. 오여사가 몰아세우자 소년은 들고 있던 삼각 김밥 하나를 오여사의 얼굴에 냅다 던지고 도망친다. 그러자 갑자기 독고씨가 등장하여, 소년의 삼각김밥을 대신 계산해주고 소년이 오여사에게 사과하게까지 만든다. 한방 먹었음에도 왠지 훈훈해진 오여사.. 이젠 독고씨가 인간이 아닌 믿을 수 있는 듬직한 개로 보이기 시작한다.
또 한 날은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아들과의 또 다툼을 벌이게 되는데, 이 일을 독고씨에게 말하자 독고씨는 천천히 이야기를 듣고 있더니 어눌한 말투로 조언을 시작한다. 아들이 게임할 때 먹을 수 있게 삼각김밥을 주고, 차분히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이었으면 듣지도 않았을 오여사였지만 어쩐지 충직한 개같은 독고씨의 말에 잔잔히 설득되고 삼각김밥과 함께 아들에게 전달한 말을 편지로 쓰게 된다.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기로 결심하고.
리뷰
나와 의견이 전혀 다른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고생해서 키워놨더니 편한 길 제 발로 걷어차고 굳이굳이 힘든 길 가겠다는 아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럼에도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모두가 나와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제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택하고 제각기 다른 실패와 우울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단 이유로 외면한다면, 세상은 너무 쉽게 무너질 것이다.
자신의 한계와 실패 무능을 직시한 사람들은 쉽게 우울을 직면하고 그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타개책으로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그런 사람을 일상으로 복귀시키고 갱생시키려면, 일단은 우울과 실패를 이해해주고 보듬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무라고 타박하면 실패자는 더더 깊은 땅굴을 파고 지하로 침잠할 뿐이다.
오여사의 마음도 오여사 아들의 마음도 모두 공감이 돼 마음이 아려왔다. 먼저 손을 내밀고 귀를 열고 가슴을 열고 상대를 온몸으로 경청하는 것. 그또한 용기와 큰 결심이 필요하다. 진심이면 좋겠지만 진심이 아니면 또 어떤가. 친절하려고 했더니 친절해진 독고씨처럼. 독고씨의 말을 듣고 정성스런 편지를 써내려간 오여사처럼. 귀기울이려 하면 자연스레 귀기울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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