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보면 보험금을 노려 배우자를 살해한다거나, 친한 친구에게 투자 사기를 친다거나 연인에게 스토킹을 하는 둥 가장 믿었던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살인이나 크나큰 금전적 손해까진 아니더라도 우리는 살면서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크고 작은 배신들을 당한다. 당신이 태어나 지금껏 한번도 배신이라는 것을 당해본 적이 없다면,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하늘에 감사하며 살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군가로부터 배신을 당하기만 할까? 스스로 아니라고 부정해도 우리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배신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세상에 당신한테 배신 당했다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천운이니 하늘에 감사하며 살기를 바란다.
오늘은 늘상 누군가에게 배신당하며, 배신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관점에서 본 <완벽한 타인>에 대해 몇가지 키워드를 통해 아주아주 주관적인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판도라의 상자, 스마트폰
이 영화는 세상의 모든 비밀을 감추고 있는 스마트폰을 봉인 해제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내가 보는 것,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 소통하는 것. 나의 모든 것이 감추어져 있는 곳이 바로 이 스마트폰이다.
겉으론 예진과 둘도없는 사이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녀를 시기질투히고 뒷담하는 수현, 채팅을 통해 50대 여성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태수, 결혼전 여러 여자들과 바람을 피는 준모, 친구로부터 투자사기를 당했지만 그 사실을 감추는 석호,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왔던 영배까지. 감추고 싶지만 아주 중요한 삶의 일부이기에 포기할 수 없었던 그들의 비밀은 불과 저녁을 먹는 몇시간 안에 스마트폰으로 인해 모두 폭로당한다.
영화를 보며 욕을 했던 사람들도 석호와 영배까진 아니더라도 예진 정도의 비밀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게 약
#누구나 비밀은 있는 거야, 아무에게도 말하지마, 사람들에게는 진실이란 중요하지 않아
예진 정도의 비밀은 사실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시샘해서, 은밀하게 뒷담을 까는 것. 나쁘다는 것쯤은 모두가 안다. 아마 뒷담을 까면서도 당사자는 본인의 못난 모습을 자책할 것이다. 물론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열받는다. 누군가 나를 시샘하고 질투한다는 것을 알면 상대가 원망스러울 수 있다. 배신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근데 그게 뭐 어때서? 질투하는 것도 배신감을 느끼는 것도 모두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누군가는 감추고 누군가는 뒷담하고 누군가는 대놓고 표출하는 것, 그 차이일뿐이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원래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잘되면 배가 아프다.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신도 그런 인간이다. 당연한 걸 받아들이면 되는데 굳이 그걸 긁어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다. 이런 경우엔 그냥 모르는 게 약이다.
영배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을 우리는 머리로는 인정할 수 있지만 본능은 그들을 우리와 동일하게 대하기 힘들어한다. 영배의 대사가 이를 대변한다. “너희는 민수(영배남친) 아무렇지 않게 대했겠지만, 민수는 이미 너희 눈빛에 상처받았을 거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상처받는 거 싫어”
피차 상처받을 바엔 모르는 게 약이다.
#원래 사람은 다 형편없어요
인간은 원래 다 나약하고 형편없다. 다른 사람을 보며 질투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결혼할 때부터 나중에 배우자를 힘들게 해야지 결심하는 사람 또한 어디 있겠는가. 친한 친구를 열심히 뒷담하는 못난 사람이 꿈이었던 인간 또한 지구상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것도 마음 먹은 대로 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감정이라는 건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완벽하지 않듯 타인도 완벽하지 않고 그렇기에 일탈하는 것이다.
#나조차도 완벽한 타인
우리는 때때로 우리 스스로조차 이해하기 힘들 때가 많다. 기분이 한없이 좋다가도 갑자기 가라앉기도 하고,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다가도 꼴도 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하기도 하며, 누군가에겐 천사 누군가에겐 악마가 되기도 한다. 부지런했다가 쉽게 나태해지고 무너진다. 내가 원했던, 그리던 모습이 아닌 내 모습을 발견할 때 우리 스스로조차 완벽한 타인이 된다. 내가 나를 다 아는 것도 힘든데 타인을 어떻게 완벽하게 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결국 인간은, 아무리 저명한 심리학자가 나타난들.. 그 누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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