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동안 열심히 쓴 글이 다 날아갔습니다.허망하지만 기억을 최대한 되새겨 다시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은 지진의 근원인 미미즈를 봉인하는 이야기를 통해 재난으로 인한 일본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는 이야기입니다.
재난은 평온한 일상에 예기치 않게 갑작스럽게 다가옵니다. 인간은 무방비 상태에서 재난을 맞게 되고 재난 앞에 한없이 무력합니다. 갑작스런 재난은 인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입히고, 남겨진 상처는 미결된 문제로 남아 우리의 일상에 그늘을 드리웁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재난에 대응하는 인간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러한 자세는 미미즈를 봉인하러 가기 위한 스즈메의 여정에서 잘 드러납니다. 극중에서 재난 외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스즈메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와주려합니다. 에히메를 방문하며 만난 아메바 치카는 스즈메를 위해 식사를 대접하고 잠자리를 내어주며 스즈메가 떠나자 입을 옷까지 건네줍니다. 쌍둥이를 키우는 니노미야 루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즈메를 고베까지 태워주고, 스즈메가 일을 하다 도망쳐도 질타 한번 하지 않고 그를 따뜻하게 보듬어줍니다. 스즈메가 가는 곳,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스즈메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그녀를 따뜻하게 환대해줍니다. 쇼타의 친구, 스즈메의 이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가 무엇을 하기 위해, 왜 가는지 얘기해주지 않아도 그들은 무조건적으로 그녀를 지지하고 도와줍니다. 그리고 응원해줍니다.
이러한 여정들은 재난을 극복하는 힘이란 다름 아닌 무조건적인 환대, 사랑, 응원, 지지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즈메가 영화의 엔딩즈음에 어린 자신에게 건네는 메세지도 동일합니다. "너는 또 사랑을 할 것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고 잘 극복하고 이겨낼 거고,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야기는 미미즈를 봉인하고 트라우마를 극복한 채로 끝이나지만 재난은 현재진행형이고 언제나 그랬듯 예기치 않게 다가올 것입니다. 영화는 재난을 형상화하여 실체를 밝히고 맞서 싸우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 것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재난을 직시하는 태도라고 얘기합니다. 재난 앞에 무기력해지기보단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더 사랑할 것. 그것이 바로 영화가 주는 핵심적인 메세지인 것이죠.
영화를 보며 궁금한 상징들을 몇가지 더 찾아봤습니다.
1. 다이진은 왜 고양이일까?
2. 쇼타는 왜 의자로 변했을까?
3. 노란나비는 무엇을 상징할까?
세개인데요.
다이진이 고양이인 이유는 변덕스러운 자연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없이 평온하던 바다도 갑작스레 쓰나미를 일으켜 마을을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통제불능한 자연처럼 고양이의 행동도 좀처럼 의중을 알기가 어렵죠. 극중 다이진도 항상 수수께끼같은 행동으로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쇼타가 의자로 변신한 이유는 신카이마코토 감독의 추억과 연관됩니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은 어릴 적 부모님 댁에 방문할 때 버스 정류장에 '오직 한사람을 위한' 의자가 놓여있는 풍경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어릴 적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위해 직접 의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죠. 이런 추억들이 겹쳐져 '의자'라는 설정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노란나비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영혼을 상징하는데 일본에서는 죽음과 천국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스즈메가 기억을 회상할 때마다 등장하는 두마리의 나비는 엄마를 그리워하는 스즈메와 스즈메를 옆에서 지켜주고자 하는 엄마의 마음에 대한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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