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속에 깃든 전체 : 아낙사고라스
특정한 원소, 예를 들면 물이 우리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만물로 모습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만 만족하지 않은 한 철학자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아낙사고라스입니다. 아낙사고라스는 흙과 공기와 물과 불이 피,뼈,피부,머리카락이 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자연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아주 작은 조각들로 조립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만물은 더 작은 조각으로 분리할 수 있지만, 가장 작은 조각도 그 속에 전체의 모습을 내포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부와 머리카락이 어떤 다른 사물에서 생길 수 없으므로, 우리가 마시는 우유와 먹는 음식 속에 피부와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것이 들어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아마 오늘날 볼 수 있는 다음 두 사례는 아낙사고라스가 생각한 바를 좀 더 명확히 해줄 것입니다. 오늘날의 레이저 기술은 이른바 '홀로그램'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면 홀로그램이 자동차를 재현하고 이내 사라져버려도, 홀로그램 한 조각만 있으면 방금 나타났던 자동차의 범퍼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홀로그램은 아주 작은 조각 속에도 전체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몸도 근본적으로 그렇게 조직되어 있습니다. 내 손가락에서 피부 세포를 긁어 떼어내면, 그 피부 세포의 핵은 피부에 관해서만 설명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내 눈과 머리색, 그리고 손가락 숫자와 모양새 등등 아주 많은 설명이 바로 한 세포 속에 들어있습니다. 가장 작은 부분 속에 전체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죠.
아낙사고라스는 사물 전체를 내포하는, 이 가장 작은 부분을 '씨'나 '싹'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낙사고라스는 질서를 세우고, 사람과 동물 그리고 꽃과 나무를 창조하는 어떤 힘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힘을 정신이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아낙사고라스는 우리에게 생애가 알려진, 아테네 최초의 철학자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그는 소아시아 출신인데 마흔 살쯤 아테네로 이주했습니다. 아테네에서 그는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고소를 당해 그 도시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무엇보다 태양이 신이 아니라 펠로폰네소스 반도보다 더 큰 불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데모크리토스 : 원자론
데모크리토스( 기원전 460년~기원전 370년)
데모크리토스는 자연에서 관찰할 수 있는 변화란, 사물이 실제로 '변했음'을 뜻하지 않는다는 선배 철학자들의 생각에 동의했습니다. 따라서 만물은 각각 영원 불변하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작은 입자로 구성되어있을 것이라고 가정했습니다. 데모크리토스는 이 가장 작은 입자들을 원자라고 불렀습니다.
'원자'라는 말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것'을 의미합니다. 데모크리토스에겐 물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더 작은 부분으로 무한히 쪼갤 수 없다는 결론이 중요했습니다. 만일 원자가 영원히 계속 작게 나뉘어 더 작은 입자로 쪼개질 수 있다면, 자연은 마치 멀건 수프처럼 서서히 녹아 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자연의 구성 입자는 영원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물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겨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그도 파르메니데스와 엘레아 학파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그 밖에도 그는 모든 원자가 단단하며 빈틈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원자들이 다 같다는 것은 아닙니다. 만일 원자가 다 같다면 우리는 원자들이 뭉쳐 양귀비 꽃과 올리브 나무에서부터 염소 가죽과 사람 머리카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죠.
데모크리토스는 자연에 다양한 원자가 무한히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원자는 모양이 둥글고 매끈하며, 어떤 원자는 불규칙하고 휘어져있다는 것이죠. 원자는 그렇게 불규칙한 모양을 하고 있기에 다양한 물체들을 구성해낸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많고 다양한 원자들은 모두 영원하고 변하지 않으며 더 이상 쪼개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나무나 동굴과 같은 어느 물체가 죽어서 분해되면, 그 물체를 이루고 있던 원자는 흩어져 새로운 물체를 이루는 데 쓰이게 됩니다. 원자는 비록 공간 속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볼트'와 '너트'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원자들은 다시 결합해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사물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옳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자연은 다른 원자와 결합하고 또다시 분리되는 다양한 원자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인간의 코 끝의 세포 안에 들어 있는 수소 원자가 옛날에는 코끼리 코에 들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심장 근육을 이루는 탄소 원자가 한때 공룡의 꼬리였을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과학이 연구한 바로는 이 원자들을 더 미세한 '소립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미세한 소립자를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구분해서 부릅니다. 아마 이 소립자들을 더 미세한 조각으로 나눌 수도 있을 테지만, 물리학자들은 모두 어느 지점에선 경게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곧 자연을 구성하고 있는 '가장 작은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데모크리토스는 자연의 진행 과정에 개입하는 '힘' 혹은 '정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원자들과 빈 공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로지 물질적인 것만 믿었기 때문에 데모크리토스를 유물론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자들의 운동 배후엔 전혀 특정한 '의도'같은 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물은 변치 않는 자연 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이 생기는 데는 생겨난 어떤 자연적 원인이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사물들 자체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론이 우리의 감각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사물을 감지한다면, 그건 이미 빈 공간에서 원자들이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내가 달을 볼 수 있는 것은, '달의 원자들'이 내 눈에 와 닿기 떄문이다.
그렇다면 의식은 어떤 것일까요? 의식이 원자로, 다시 말해 물질로 이루어질 수는 없을까요? 데모크리토스는 영혼이 특히 둥글고 매끈한 '영혼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이 영혼 원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돌아다니다가 방금 생긴 새로운 영혼과 결합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 말은 곧 인간에겐 불멸의 영혼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생각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데모크리토스와 마찬가지로 영혼이 두뇌와 관계한다고 생각해서 두뇌활동이 멈추면 우린 어떤 형태의 의식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 자연철학자들 가운데 데모크리토스는 그의 원자론과 더불어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는 자연 속의 모든 것이 '흐른다'고 믿는 헤라클레이토스의 의견에 동의했습니다. 형상은 계속 생기고 또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흘러가는 것들 이면에는 흘러가지 않고 영원불변하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데모크리토스는 그것을 원자라고 했습니다.
<출처 : 소피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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