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차정숙이 시청률 18%를 찍었습니다!! 거의 역대급으로 독보적인 시청률이네요.ㄷㄷ
아니..재밌는 건 알겠는데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렇게나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걸까요?
오늘은 개인적인 궁금증에서부터 출발한 닥터차정숙의 인기 요인에 대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성의 자아실현, 부드러움의 힘
닥터 차정숙은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성이 갑작스런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꿈을 펼치지 못하고 가정에 헌신하다가 20년 만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내용입니다. 누구보다 완벽한 아내, 엄마, 며느리이지만 늘 가슴 한켠에 못다 이룬 꿈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죠. 비슷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포기하거나 주저하거나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라마에선 다릅니다. 차정숙은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끊임없이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은 자식, 남편, 경력단절 등으로 자신의 삶을 포기한 기혼 여성들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선사합니다.
남편한테 할말 다 하는 시원시원한 모습 또한 인기 요인 중 하나입니다. 차정숙은 지지 않아요. 누구보다 따뜻하고 다정하고 현명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당당하게 주장하고 꿈을 펼쳐나갑니다. 여성이 자아실현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억지로 남성성을 끌어오지 않은 점도 인상 깊습니다. 오로지 여성성이 가진 힘으로 모든 위기를 헤쳐나갑니다. 엄마의 따뜻함, 자상함, 부드러움 등으로 자신의 상처뿐 아니라 타인의 아픔도 모두 품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부드러움의 힘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요.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
차정숙엔 다양한 엄마가 존재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대부분이 엄마이다보니 공감할 포인트들이 굉장히 많을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드라마에선 엄마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관계가 유독 많이 등장합니다. 차정숙과 그녀의 엄마, 서인호와 그의 엄마, 차정숙과 그녀의 딸, 최승희와 그녀의 딸까지요. 특히나 차정숙과 차정숙의 엄마, 차정숙과 차정숙의 딸 간의 관계가 인상 깊습니다. 엄마는 누군가의 엄마이기만 한 줄 알았는데 누군가의 자식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거든요. 그런 면에서 누군가의 엄마로만 살아온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 스스로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합니다. 누군가의 딸, 병원의 레지던트 의사, 사랑받을 수 있는 여성까지요. 자아가 확장되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
외에도 미혼모 역할의 배우, 그 배우의 부모 이야기까지. 차정숙엔 엄마와 부모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등장합니다. 엄마의 마음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 거기에 대해 대변해주는 이야기들이 많아요.
상대적으로 기가 약한 남성들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차정숙에서 남자들은 기를 펴지 못해요. 가정에서 큰소리 치고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이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임을 대변하는 것이지요. 특히나 억압받아왔던 여성세대들에게 이러한 스토리는 통쾌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바람을 피며 당당해하던 시대도 갔습니다. 가끔식 무자비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웬만한 경우에선 서인호는 차정숙의 기에 눌려버리고, 계속해서 내연녀와 아내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찌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인호의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자친구인 전소라에게 빌빌깁니다. 차정숙이 순한맛이라면 전소라는 완전 매운맛입니다. 드라마 인물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가 센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서정민은 정말 불쌍하리만큼 그녀 앞에서 찍소리도 못합니다. 오죽하면 전소라가 밉상으로 보이기까지합니다.ㅠㅠ 그래도 그런 관계성이 드라마 인기의 또다른 원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중년 로맨스
저희 엄마는 엄정화와 동갑이신데 카카오페이지에서 로맨스소설을 그렇게 많이 읽으십니다. 마음은 완전 이팔청춘이신 거죠. 중년여성들은 자식들 키우느라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외모에 신경 쓸 겨를도 없고, 낭만적인 데이트를 할 시간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욕망이 아예 없는 걸까요? 전혀 아닙니다. 그저 다른 더 중요한 것들을 위해 포기하고 살아가는 것이지요.
차정숙은 중년 로맨스를 통해 중년들의 죽어있는 연애세포를 깨웁니다. 굉장히 티피컬하고 오글거릴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젊고 잘생기고 능력있고 인품까지 좋은 미혼의 젠틀남 로이킴의 등장은 많은 중년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소녀같은 차정숙의 모습과 어우러져 더더욱 케미가 폭발합니다. 그걸 보며 질투하는 남편의 모습도 또다른 재미요소 중 하나입니다. 평생 자기밖에 없을 줄 알았던 아내를 자신과 비교도 안 되게 멋진 남자가 흠모한다? 남자들은 미쳐버리죠 ㅎㅎㅎ 남편은 바람났지만 훨씬훨씬 멋지고 젊은 남성의 적극적인 대쉬. 자칫 비극으로 치닫을 수 있는 스토리가 백마탄 왕자님의 등장으로 중화됩니다. 스트레스 상쇄효과와 로맨스. 안 좋아할 수가 없습니다.
절대로 무겁게 흘러가지 않는 스토리
차정숙이 자신의 딸이 내연녀 딸의 팔목을 부러뜨린 것을 보고 충격받아 오열하는 장면 기억 나시나요? 여기서 저도 눈물 왈칵 쏟았습니다. 근데 이때 전소라가 등장해 그녀를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시켜주죠. 진지한 얘기를 하며 드라이브를 하던 도중 비가 오는데 열어젖힌 차의 뚜껑을 닫는 방법을 몰라 내리는 비를 온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던 그녀들은 갑자기 미친듯이 웃기 시작합니다. 울다가 갑자기 폭소라니 어이가 없죠. 그러나 오히려 이 어이없는 상황이 극을 가볍게 만들어줌으로써 스트레스 상황을 날립니다. 우울함을 오래 끌지 않으려는 거죠.
서인호와 로이킴의 케미도 웃깁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서로 죽이고싶을 정도로 앙숙이어야 할텐데, 이것도 애들 장난마냥 유치한 코미디로 가볍게 풀어내버리는 상황들이 많이 생겨요.막장불륜소재이지만 오히려 이걸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고 다양한 유머와 농담코드로 풀어냈기에 시청자들도 스트레스없이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는 거 같습니다. 요즘은 다들 사이다를 원하는 시대잖아요. 고구마는 짧고, 사이다는 강력하게! 이 공식을 아주 잘 지키고 있는 드라마인 거 같습니다.
이 외에도 감초들의 역할도 두드러집니다. 저는 특히 일반외과장 윤태식과 가정의학과장 임종권의 케미가 너무 눈물나게 재밌었습니닼ㅋㅋ 동생 봉숙이를 배신하고 부잣집 딸에게 장가간 윤태식을 향한 분노가 둘 사이 갈등의 발단이었는데, 그걸 가지고 애들 마냥 유치하게 싸우는 게 너무나 재밌습니다.
애심씨와 덕례씨의 케미 또한 일품입니다. 저는 특히 애심씨 특유의 능청맞은 푼수 연기가 너무 재밌고 귀여웠어요. 손에 물한방울 안 묻히고 곱게 자란 연기가 환상적이었습니다. 반대로 세상 풍파란 풍파는 다 맞은 덕례씨.. 정반대 성격의 사돈지간의 가벼운 티키타카와 케미도 드라마의 커다란 재미 요소중 하나인 거 같습니다.
여기까지 나름대로 닥터 차정숙의 재미 요소를 분석해봤습니다. 앞으로 4화 정도가 더 남았는데 어떤 방향으로 극이 마무리 될지 기대가 됩니다. ㅎㅎ 끝나면 또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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