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을 안 믿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조차 무의식중에 미신을 믿습니다. 왜 인간은 비합리적인 걸 알면서도 계속해서 미신을 믿게 되는 걸까요? 오늘은 인간들이 미신을 믿는 몇가지 과학적인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인간이 미신을 믿는 이유
인류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첫번째는 미신이 인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입니다. 미신은 대부분 무의미하거나 우연적 사건에서 필연/법칙/패턴을 찾아내는 것인데, 패턴/질서/규칙을 찾는 것이 진화적으로 큰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미신을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예컨대 수렵 단계에서 인간은 먹어도 되는 열매와 그렇지 않은 열매의 생김새와 패턴을 파악할 경우 생존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고도로 신경을 써서 패턴과 질서를 발견하려 합니다. 이것이 오용된 것이 미신이지요. 인간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에 귀를 기울입니다. 멀리서 봤을 때 짐승인지 바위인지 구분이 안 되는 대상을 짐승으로 인지했을 때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통제감의 강화
인간은 대상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선택하기 어려워합니다. 미신을 믿는 행위는 일상에서 자유를 일부러 줄여 통제감, 전능감을 확대하려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상황에 대한 통제가 어렵거나 위험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의 경우 더더욱 미신을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야구에서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약한 투수와 타자가 미신적인 행동을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미신은 의미를 제공합니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등의 큰 충격을 겪었을 때 이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이때 이 사건에 어떤 것이 되었든 이유를 갖다대면 인간은 받아들이기 훨씬 쉬워합니다. 자연은 진공상태를 싫어한다는 말은 인간은 진공상태를 싫어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인간은 의미가 없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차라리 나쁜 설명이라도 설명이 있는 것을 인간은 훨씬 선호합니다. 그래서 우연적 사건에도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들은 인간에게 상황에대한 통제감을 키우고 무력감을 줄이며,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인과관계 오해와 조건의 혼동
-의미가 없는데 의미를 생성하는 경우입니다. 변상증(아포페니아)이라고도 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걸 굳이굳이 봐서 존재하는 걸로 만드는 행위를 뜻합니다. 별자리가 대표적인 예인데 인간은 큰곰자리,물병자리,염소자리 등 별자리에 기어이 형상을 부여해 의미를 만듭니다. 미신에서 가장 큰 인과관계 오해는 물질적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 혼동입니다. 이는 정신적인 세계에 물질적 특징이 있다거나 물질적 세계에 정신적 세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뇌과학에선 실제로 인간이 추상적, 물리적 개념을 쉽게 혼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따뜻한 커피잔을 들고 있는 사람이 상대를 따뜻한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리적인 세계의 감각을 사람에 대한 따뜻함으로 혼동하는 것이지요. 뇌가 추상적인 개념과 물리적 개념을 혼동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필요조건에 불가한 것을 뇌에서 충분조건이라고 우깁니다. 한 두번의 필요조건을 충분조건인 것처럼 우기는 것이지요. 예컨대 세차를 30번 했을 때 이후 비가 온 것이 1,2번에 불과한데 이 필요조건을 마치 충분조건인 것처럼 착각합니다.
유사성의 법칙과 접촉의 법칙
공감주술은 A와 B사이가 초자연적인 행위나 의식을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크게 모방주술, 감염주술 두 가지로 나뉩니다. 모방주술은 유사한 것이 다른 유사한 것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사람과 유사한 인형을 만들어 저주를 퍼부우면 사람에게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접촉주술은 한번 접촉한 것은 영원히 접촉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믿음입니다. 서울대생이 쓴 노트나 볼펜을 쓰면 좋은 기운을 받아 서울대에 입학한다고 믿는 것이 대표적인 예죠. 특정 사건이 연속으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것인데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정 대상의 대표성을 과다하게 생각할 때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예컨대 동전을 던지면 동전의 앞/뒤가 나올 확률은 반반인데 앞에 던진 동전이 뒤에 나올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생각합니다. 통계학의 큰 수의 법칙에 따라 많이 던지면 50%에 수렴하겠지만 단기간으로 짧게 본다면 특정 상황에서 앞면 계속 나오는 게 이상치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상의 대표성을 너무 과다하게 생각한 나머지 앞면이 계속 나오거나 뒷면만 계속 나오면 이 우연적인 행동을 역으로 인과관계로 파악해 의미를 부여합니다.
회귀 오류
평균 회귀 현상이란 A변인과 B변인 상관관계가 있으나 불완전할 때 A변인이 매우 극단적 결과를 보이면 b는 상대적으로 평균에 가까운 결과를 보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우연에 의해 어쩌다 한번 월등한 성적을 낸 학생이 다음 번에 똑같이 잘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지요. 우연에 의해 잘 봤으니 당연히 원래 성적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습니다. 이것을 평균회귀현상이라 부릅니다. 미국의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라는 잡지의 표지모델을 하면 성적이 떨어진다는 미신이 있었는데, 이 또한 평균회귀현상을 미신이라 착각한 결과일 확률이 높습니다. 유달리 성적이 잘 나와 운 좋게 모델이 되었다 다시 평균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인데, 이것의 원인을 잡지 표지모델을 한 것으로 돌린다는 것이지요.
확증편향
확증 편향이란 많은 사례들 중 알맞게 배치되는 사례 무시하고 본인의 믿음에 맞는 사례만 골라서 보려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사람이 점을 보러 갔는데 점쟁이가 쌍둥이를 나을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칩시다. 점을 본 사람이 이후 쌍둥이를 낳으면 점쟁이가 자연스레 생각날 것입니다. 그런데 쌍둥이를 낳지 않으면 점쟁이를 기억할까요? 당연히 까먹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억의 편향성이 미신적 생각들을 만듭니다.
양면적 사건이란 양쪽 다 기억이 잘 나는 사건을 의미하는데 여름 휴가 때 여행을 떠나 즐거운 시간을 가면 기억에 잘 남습니다. 여름 휴가가 일 때문에 취소 되어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기 때문에 기억에 잘 남습니다. 이런 것을 양면적 사건이라고 합니다. 단면적 사건은 사건 일어나면 기억 나는데 안 일어나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세차만 하면 비가 온다는 미신은 단면적 사건에 의한 것입니다. 세차하고 비가 오면 기억이 나지만 세차하고 비가 안 오면 기억 안 나기 때문에 이것이 미신으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개인적 견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미신이 아주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별자리는 미신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었거든요. 죽은 사람이 쓰던 물건을 찝찝해서 쓰지 않는다는 것도 미신이라 생각하진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냥 당연하게도 본능 아닌가?라고 피상적으로만 생각을 했지요. 이렇듯 미신은 그것을 미신이라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삶에 아주 깊숙히 침투하고 있습니다. 수능 당일에 미역국을 먹었을 정도로 평소 미신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생각했던 저조차도 굉장히 많은 미신들을 추종하고 있었단는 사실 깨달았으니 말 다한 거 같습니다. 예전에 월세집을 계약했을 때도 생각이 납니다. 그 집에 살다 나갔던 학생들이 다 잘돼서 나갔다는 집주인의 뻔한 레파토리에 속아 앞뒤없이 덜컥 계약을 했었는데, 나중에서야 그 집의 실체를 깨닫고 계약이 만료되기도 한참 전에 중개료를 물어주고 집을 뛰쳐나왔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사이비 종교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이비종교들은 미신을 믿는 인간들의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하고 있는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사이비 종교에선 신도들에게 성금을 강요할 때 "성금을 내지 않으면 집안에 화가 생긴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신도들이 성금을 안 내고 일이 잘 풀리면 성금을 안 냈단 사실을 기억을 못하지만 일이 안 풀리면 성금을 안 냈단 사실을 기억하고 화의 원인이 그것 때문이라 착각합니다. 확증편향에 의한 인과관계 왜곡이지요. 부정적인 감정을 더 잘 기억하는 뇌의 특성을 활용한 사기이기도 합니다. 뇌는 불안을 피하고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시키려고 신도들에게 성금을 내라고 시킵니다. 사이비 종교에서 사람을 붙잡아두는 수법도비슷합니다. "너는 여기를 나가면 망한다"는 식으로 겁박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잘 될 확률, 안 될 확률을 반반이라고 봤을 때, 나가서 실제로 잘 안 된 사람들은 원인을 본인의 무능 탓이 아닌 사이비 종교를 벗어낫기 때문이라 착각할 확률이 높습니다.
똑똑한 사람들도 사이비 종교나 각종 미신에 현혹되는 것을 보면, 뇌의 속임수를 인간이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상 공부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견지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신에 대해 바로 알고 공부하는 것 또한 우리의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내가 믿고 있는 것들이 뇌의 왜곡에 의해 일어난 미신은 아닌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채널을 참고해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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